시험이 싫다.


 1.시험이 싫다.

 단순한 긴장감이나 압박감 때문에 시험이 싫은 것은 아니다. 압박감이나 긴장감은 사실, 시험이라는 제도가 있기에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하나의 반작용으로서 이해할 수 있지만, 내가 시험을 싫어하는 이유는 이런 것이 아니다.

 2.근데 왜 시험 때만 되면 사람들이 나한테 달려드는데? 

 나, 그냥 학교 수업에 꾸준하게 참여해서, 나름대로 꾸준하게 수업 진도에 맞춰서 공부하는 게 다다. 그냥 본분에 충실한 나를, 평소에는 근처에 앉든, 눈이 마주치든, 스쳐 지나가든, 가벼운 인사를 하든, 나 자신도 서먹할 정도로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몇몇 인간들이, 시험 때가 되니까. 왜 갑자기 전화를 걸고, 문자질을 하고, 친한 척을 해서 나한테 접근하는 걸까?

 3.물론 그들이 원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그냥 내 가방 속에 들어있는 "필기 자료"일 뿐이다.    

 평소에는 식당이나 복도에서 우연히 만나도 동네 개 쳐다 보듯이 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한테 갑자기 앵겨드니까 당황스러움에 어쩔 줄 모르겠다. 그래, 좋다 이거야. 같은 학교 다니고, 같은 과로서, 학우(개뿔)라는 명분 안에, 서로 돕고 돕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도와 줄 수 있단 말이다.

4.근데,
왜 내가 니들을 찾아가야 하는 건데?

 학교에서 가볍게 총정리를 하고 있을 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한 번 받아봤더니, 물어볼게 있으니까 여기로 올 수 없냐고 하더라. 씹. 개념은 도대체 어디두고 온거냐. 내가 무슨 과외 선생도 아니고, 자원 봉사 활동도 아닌데, 왜?? 그러다가, 빨리 안오냐고... 계속 전화질하네...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 니들한테 빌빌 기어야하는데?

 
 5.물질적인 보답은 커녕, 고맙다는 말도 안해.


 
죽겠다. 내가 니네들을 도와주는 건, 사과가 나무에 떨어지는 것마냥 당연한 이치인가 보다. 고맙다는 말 듣기도 진짜 힘들다. 학업에 대한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은 나의 의무인가?? 진짜 도움이 되었으면, "밥이라도 살께요" "음료수라도"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그냥 마음에서 나오는 '감사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다. 적반하장인 격으로, 다리 붙잡고 "내가 도와줬으니 뭐라도 사주세요~ 적어도, 고맙다는 말이라도 제발"이라면서 떼를 써야하는 거냐?

 6.
그러고 돌아서면 다시 남. 누구세요?

 
그래. 나한테 볼일 다 끝났단 말이지. 
뒤돌아 서고나면 다시 평소대로 모르는 사이가 되는 거다. 그래도 지들 입장에서는, 알게 모르게 나를 염두해두고 있을 거다. 언제 또 필요해질지 모르니까. 나도 알게 모르게, 어장관리 비스무리 한 것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험이 싫다.
어느 소심한 대학생의 한풀이 끝.

by 한빈 | 2008/04/22 16:20 | 느낌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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